[동아리로 취업하기] 윤동주, 기형도, 마광수를 배출해 낸 연세대 중앙문예창작동아리 ‘연세문학회’

입력 2020-04-24 10:27  


[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문학 동아리방 문을 여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던 숫기없는 새내기는 어느새 데뷔한 작가가 됐다. 단편집 출간을 앞둔 허희정 작가는 “작가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써보는 시간이 중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이 힘이 됐던 건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작품을 고려해 주는 문학회 동료들이었다”고 말했다. 연세문학회는 문학을 사랑하는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이 모인 동아리로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읽으며 글을 쓰는 문학도들의 광장이었다. 



연세대 중앙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란?

연세문학회는 1941년 윤동주 시인이 만든 ‘문우’에서 시작됐다. 1958년 정현종 시인이 지은 ‘연세문학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동아리는 윤동주, 정현종, 기형도, 나희덕, 마광수, 성석제 등 유명한 문인들을 배출했다. 

연세문학회는 시반, 소설반, 합평반으로 나뉘어 매주 정기 모임을 가진다. 대부분의 연세대학교 1학년 신입생과 특정 학과 학생들은 국제캠퍼스(송도)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송도반을 별도로 개설해 운영 중이다. 연세문학회는 매년 문집 '연세문학'의 봄·여름호와 가을·겨울호를 발간하며, 상반기는 시 설치미술전, 하반기에는 영상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김시연 연세문학회 회장은 “단순한 쓰기 활동이 아니라 설치미술작을 만들어 시와 접목하거나, 영화 동아리와 협업해 시와 소설을 영상으로 각색하는 등 다양한 확장의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중앙 문예창작동아리 연세문학회

연세문학회 임원진 구성

회장, 부회장·총무, 시반·소설반·합평반·독서반 반장

주요 활동

상반기 시 설치미술전

하반기 영상문학제 (중앙 영화동아리 프로메테우스와 협업)

연세문학회 지원 방법 상시 모집





[연세문학회 선배 인터뷰] “함께 글을 읽고 쓰는 동료가 있어 작가가 될 수 있었죠”

허희정(32) 작가

허희정 작가는 국어국문학과 졸업을 앞두고 연세문학회에 들어온 늦깎이 회원이었다. 혼자 꾸준히 글을 써오던 허 작가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글쓰기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 허 작가는 “막연하던 작가의 꿈에 확신을 심어줬던 계기”라며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정성을 다해 읽어준다는 것이 큰 지원이 됐다”며 웃었다. 

Profile

학력 연세대학원 국어학과 재학

약력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연세문학회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사실은 1학년 때 들어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나 들어가지 못했다. 학부 수업이었던 ‘소설쓰기’를 듣고 혼자서는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기고 나서 누군가와 내 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4학년이 되고서야 용기가 나서 지원하게 됐다.”

동아리 활동이 작가라는 꿈에 어떤 영향을 줬나

“취업을 앞둔 4학년 1년을 꼬박 동아리 활동에 바쳤다. 대학원 진학 후에도 석사까지는 동방에 다녔던 것 같다. ‘작가를 하고 싶다’고 느꼈던 막연한 감정에서 ‘할 수 있겠다’는 확신과 격려가 됐던 활동이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학회 후배 하나가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10명의 멤버가 1년 반 동안 두 달에 한 번 만나 글을 썼다. 글을 못 써오면 벌금을 내고 우리끼리 합평 시간도 가졌다. 7개의 주제를 나눠서 총 21편의 글을 엮어 ‘점입가경’이라는 단편집을 만들었다. 심지어 표지도 포토샵으로 직접 제작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쓴 글을 하나의 책으로 만든 경험이 녹아 있는 책이라 판매 부수에 상관없이 애정이 간다.”

활동 중에 합평 시간이 있던데, 문예창작과 합평 시간과는 분위기가 다른가

“아무래도 전공과 취미활동의 차이는 있다. 문예창작과 같은 경우는 전공이다 보니 합평 시간이 정말로 ‘평가’의 시간이 된다고 한다. 누가 먼저 공모전에서 상을 받느냐, 등단하느냐에 대한 경쟁과 신경전도 있는 편이라고 들었다. 연세문학회는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모여있기 때문에 경쟁이라기보다는 서로 의견을 말해주고 작품을 읽어주는 시간으로 합평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문학 분야 중 소설가가 되기를 택한 이유가 있나

“글을 쓰게 된다면 당연히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2학년 때 들었던 소설쓰기 과목 담당 교수님이 한유주 작가님이었다. 글 쓰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작가님을 존경하고 멋있어했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그분 외 좋아하고 따르던 작가님들도 대부분 소설작가여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e고 생각한다. 2016년에 문학과사회 공모전에서 ‘페이퍼컷’이라는 작품으로 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하게 됐다.”



등단한 선배들이 많다. 영향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동기 중에서도 순문학, 비평으로 데뷔한 친구들이 있다. 사실 연세문학회의 유명 선배들하고는 학번 차이가 좀 있어 교류는 어려웠다. 당신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지만 현역 동아리 회원들을 위한 도서 구입비를 지원해주신 선배님도 계셨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선·후배 동료 간의 끈끈한 지원이 돋보이는 동아리라고 생각한다.”

영감은 어디서 얻나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썼던 한 문장에서 단편이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날은 경험했던 일을 풀어 적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우중비행’이라는 단편이다. 제주도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비가 하도 많이 쏟아져서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생각한 날이 있었다. 그때 빗속 비행이라는 뜻의 우중비행을 주제로 단편을 써낸 기억이 있다.”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책인가

“신인문학상을 받았던 데뷔작부터 올해 초까지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 발간을 준비 중이다. 7편 정도의 단편이 수록될 예정이다. 빠르게 작업해서 상반기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첫 책이기도 하고 과거의 글들을 다듬다 보니 애착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집필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단편집 작업을 하면서 옛날 원고를 많이 보게 된다. 거의 4~5년 전의 나를 글로써 마주하는 일이 좀 버겁기는 하다. 과거의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달까. (웃음)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글을 쓴다는 건 항상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작가로서 꼭 지키고 싶은 신조가 있다면

“내가 재미있는 걸 쓰고 싶다. 사람마다 흥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지 않나. 그런데도 사람들이 문학에 기대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꼭 사회의 반영, 윤리적인 목소리 등을 내는 것만이 문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재미있는 것을 재미있게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문학이 어때야 한다는 정의에 너무 얽매이고 싶지 않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동아리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계속 씁시다. 자신이 쓴 것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도 계속 써야 한다. 꼭 문학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글을 계속 써가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쓰고 남에게 읽힌다는 것은 그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다. 누가 알까, 박완서 작가님처럼 마흔 살에 등단할 수도 있지 않은가.”



“연세문학회는 자유로운 문학청년들의 모임이에요”

김시연(21) 연세문학회 회장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19학번)

연세문학회만의 특색을 말한다면

“연세문학회는 문학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광장이다. 문학을 통해 자신의 세계가 담긴 글을 나누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개인의 활동을 강제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연세문학회는 각각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읽고 싶으면 읽고, 쓰고 싶다 하면 쓰는 분위기다. 기수를 따로 정하지 않고 상시 모집하는 것이 나름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문학회랑 어울리기는 한다. 운영에 어려움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매년 많은 수의 회원이 유입되고 또 빠져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회원 성향에 따라 그해 동아리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면은 있는 것 같다. 특히 분반 활동의 경우 반장에 따라서 분반의 분위기와 운영 방식이 달라진다. 소설반과 시반에서는 서로가 집필 중인 작품을 돌려 읽으며 인상비평을 시작으로 분석이나 조언을 자유롭게 나눈다. 그 이후 작품을 쓴 사람의 의도와 소감을 들어보기도 한다. 합평반에서는 기성 문인이나 회원의 완성된 글을 읽고 논평하는 시간을 가진다.”

국어국문학과 학생이 많지는 않나

“많이 오해하는 부분인 것 같다. 국어국문학과 학생뿐만 아니라 전공이 아닌 타과생들도 문예창작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평론가로 등단하신 합평반장님은 치과대학에, 소설반장님은 컴퓨터과학과에 재학 중이다.”

여러 사람이 만나 대화와 글을 나누는 동아리다. 특별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에피소드라기보다는 동아리 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선배 중 한 분의 이야기다. 합평 시간에 다른 회원이 써온 글을 읽으시고는 ‘이건 문학이 아니다’라는 말 끝에 라이터를 꺼내 종이를 태웠다고 한다. (웃음) 물론 전설처럼 남은 이야기일 뿐 문학회는 모든 회원의 작품을 존중한다.”

시 설치미술전이라는 행사가 독특하다. 어떻게 운영되나

“본래 시화전으로 진행되던 것을 2년 전부터 설치미술전으로 바꾸었다. 연세대 신중앙도서관 내 전시실을 대여해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다양한 설치미술작품을 전시한다. 실제로 음악을 틀어놓고 시를 읽으며 왈츠 스텝을 따라가 볼 수 있도록 발자국 모양 가이드라인을 붙여 설치 미술을 구성한 분도 계셨다.”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가 많다. 교류는 어떻게 하고 있나

“희망 의사를 밝히신 분들에 한해 동문 연락처를 수집하고 있다. 매년 졸업생 선배들과 진행하는 홈커밍데이에서는 문학회의 활동 보고, 합평회, 뒤풀이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오래 역사를 가진 만큼 자랑스러운 선배님들과 전통이 있는 곳이지만, 정적이기보다는 끝없이 쇄신하는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동아리인 만큼 언어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언어가 폭력이 되지 않도록 동아리 자치규약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또 하나는 영어로 진행되는 활동에 대한 계획이다. 꾸준히 연세문학회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서 언어의 범위를 넓힐지의 고민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 같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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